• 안녕하세요, 부산 안락동에서 라사요가원을 운영하며 몸의 지도를 그려가고 있는 김윤석입니다.

    볕이 좋은 어느 오후, 안락동 요가원에서 혼자 조용히 몸을 움직이던 순간이었습니다. 깊은 전굴 자세에서 머무르는데, 허벅지 뒤쪽의 팽팽한 느낌을 넘어 온몸이 하나의 거대한 현악기처럼 부드럽게 울리는 듯한 감각을 느꼈습니다. 특정 근육의 이완이라기엔 너무나 포괄적이고, 미세한 전기 신호 같기도 한 그 느낌. 문득 이런 질문이 떠올랐습니다. ‘지금 내 몸 안에서는 어떤 대화가 오가고 있는 걸까?’

    우리는 흔히 몸의 감각을 ‘근육’의 언어로만 해석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햄스트링이 당긴다”, “어깨 근육이 뭉쳤다” 처럼요. 하지만 우리 몸의 소통 방식은 생각보다 훨씬 더 정교하고 통합적입니다. 마치 온몸에 퍼져있는 거미줄처럼, 혹은 우리 몸의 정보를 실어 나르는 ‘살아있는 인터넷망’처럼 기능하는 조직이 있기 때문입니다. 바로 근막(Fascia)입니다.

    근막은 단순히 근육을 감싸는 껍질이 아닙니다. 뼈와 장기, 신경과 혈관까지 우리 몸의 모든 구성 요소를 감싸고 연결하며 지지하는 3차원적 그물망이죠. 흥미로운 점은, 이 거대한 네트워크에 수많은 신경 수용기가 존재한다는 사실입니다. 근막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인 로버트 슐라이프(Robert Schleip)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근막에는 고유수용성감각(우리 몸의 위치와 움직임을 인지하는 감각)을 담당하는 신경 말단이 풍부하게 분포한다고 합니다.

    이는 무엇을 의미할까요? 어쩌면 우리가 수련 중에 느끼는 그 미세하고 설명하기 어려운 감각들이, 바로 이 근막이라는 거대한 통신망을 통해 신경계와 주고받는 ‘조용한 신호’는 아닐까요?

    이러한 관점은 우리의 요가 수련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줍니다. 아사나를 근육을 늘리고 강화하는 기계적인 행위로만 보는 대신, 근막이라는 감각의 장(場)을 통해 나의 신경계와 섬세하게 대화하는 시간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됩니다.

    예를 들어, 고양이-소 자세를 할 때 척추의 분절 하나하나를 느끼는 것을 넘어, 등 전체를 감싸는 근막이 부드럽게 활주하며 신경계에 어떤 감각 정보를 보내고 있는지 상상해 보는 겁니다. 힘으로 밀어붙이는 대신, 몸이 보내는 미세한 신호에 귀 기울이며 움직임의 범위를 조절할 때, 우리 몸은 경직된 패턴에서 벗어나 스스로 최적의 균형을 찾아갈 수 있지 않을까요?

    결국 몸을 이해한다는 것은 정답을 찾는 과정이 아니라, 내 몸이 끊임없이 보내오는 질문들에 귀 기울이는 태도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근육의 목소리뿐만 아니라, 그보다 더 깊은 곳에서 울리는 근막과 신경의 대화에 집중할 때, 우리는 비로소 몸과 진정으로 소통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요?

    오늘 매트 위에서, 당신의 몸이 속삭이는 소리에 조금 더 귀 기울여보는 건 어떨까요? 그 조용한 신호를 따라가다 보면, 이전에는 미처 몰랐던 몸의 새로운 지도를 발견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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